논란의 '상시 청문회법' 처리 여파, 여권 반발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상정 파장

행정부 무력화에 '식물국회'-'식물정부' 우려, 결국 꿍꿍이는 '개인정치'?

김현중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5.20 19: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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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중 기자
  • khj@newdaily.co.kr
  • 정치부 국회팀 김현중 기자입니다.

    연간 1억3천만원 이상의 세비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일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어떤 의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고,
    민심 이반 행태를 하는 의원은 또 누구인지
    생생한 기사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어떤 의도로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했을까. 정 의장이 지난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논란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면서 민생경제 활성화법 처리 문제 등을 두고 정부와 여러차례 충돌했다. 친정인 새누리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수차례 대립하며 감정의 골을 키웠던 19대 후반기 의장이다.


■ 논란의 정의화법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른바 '정의화법(국회법 개정안)은 정 의장이 직접 발의한 것으로, 국회 상임위가 언제든지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골자다.

지금까지는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법률안의 심사를 위해서 3분의 1의 요구'와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서 과반수가 요구'가 필요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 확정되면, 앞으로는 중요 안건이 아니더라도 '상임위 소관 현안'이기만 하면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할 수 있게 된다.

관련부처 공무원이나 소관 장관을 수시로 청문(聽聞) 대상자에 올려놓고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 할 수도 있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합의만 하면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청문회를 언제든지 열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을 강화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식물국회'-'식물정부'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암운(暗雲)이 벌써부터 드리운다.

야당이 수시로 이 법을 악용해 행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권은 그동안 정쟁에 매몰된 호통 청문회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행태를 줄곧 보여왔다는 점, 20대 국회는 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입법부 독재로 인한 행정부 마비 사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청와대도 이런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졸속처리했다"는 성토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수시로 청문회가 열리면 행정부가 자칫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이 19대 국회를 떠나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갈등을 겪을 수 있는 메가톤급 폭탄을 던진 셈이다. 


■ 정부여당과의 앙금

일각에서는 정의화법이 통과된 배경과 관련해 정 의장이 작정하고 정부에 메가톤급 폭탄을 던진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한다. 19대 국회 동안 정부여당에 쌓인 앙금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정 의장의 과거 언행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경제활성화법-노동 5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자, 정 의장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지금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민생경제법안 처리 문제를 두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정의화 의장의 감정적 대응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대권의 꿈을 가진 정 의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 의장을 향해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렇게 간곡하게 법안 처리를 당부했겠는가. 그런 국가원수를 상대로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맞받아 싸울 수가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지난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면서, "내가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며 "의장은 무엇보다도 대통령 다음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거 행태에 비춰보면 나라보다는 개인정치 행보의 차원이라는 분석이 여당 일각에서 나왔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정 의장을 향해 "'의장은 나라를 많이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등의 그런 얘기는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전방에서 보초를 서는 이등병도 국회의장보다 더 나라를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의장이 지난해 북한을 향해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해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상대로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의 한 의원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만나겠다고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과연 합당한 주장인지 의문이 간다"며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우리 국회와 같은 급수로 봐야 하는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의원도 "우리 국회의 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이 될 수 있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그런 무리한 주장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 1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에 갈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오보이길 바란다'고 주장한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을 향해 "자꾸 그렇게 말하면 천벌을 받는다. (조 수석)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그래"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여당에서는 "그게 의장으로서 할 말인가", "당장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었다.


■ 개인정치 본격화

정 의장은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저는 의회민주주의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주장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개인정치' 논란을 가리기 위한 변명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했다.

정 의장은 그동안 총선 출마에 대한 애매한 입장을 표명하며 논란을 키워왔다. 그는 지난해 9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에도 부산 중·동구에서 출마하시는 걸로 알면 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부산 중·동구가 내 지역구인데 출마하는 게 당연하다"며 전직 국회의장들에게 비례대표를 줬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국민의당에 갈) 그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회의장까지 만들어준 새누리당을 배신하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며 아리송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향후 행보에 대한 애매한 입장 표명으로 여당과의 갈등과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에서 명예시민을 자처하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운 정 의장이 제3세력화에 나선 것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의장은 그동안 여수 광주 등 호남에서 각종 타이틀을 갖고 여러 강연에 나섰다"며 야권의 러브콜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개인정치 논란을 빚었던 정 의장은 최근 '제3세력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그는 자신이 이사장을 맡을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과는 별개로 새로운 정치결사체 구상을 오는 10월쯤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정 의장은 "후배들이 나라를 잘 끌고 갈 것으로 판단되면 조언 수준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결단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예를 갖추고 기본이 된 인격자들을 중심으로 개인의 이익을 떠나 나라 걱정을 진정으로 하는 진실된 분들을 중심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정의화 의장 등 여권 내 합리적 인사에는 문호를 개방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 의장이 조만간 야권과 합세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론을 앞세우며 새로운 정치 권력구조 개편에 앞장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의화 의장은 상시 청문회법이 통과된 데 대해서는 "국회의 국정 통제권한이 보다 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의장이 그만두면서 여야가 충분히 합의하지 않은 법안을 소위 직권상정을 해서 정부와 의회 간의 분란을 초래하게 하면 안 된다"며 "떠나면서 앉아있던 자리를 잘 정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났다. 

  • 김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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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부 국회팀 김현중 기자입니다.

    연간 1억3천만원 이상의 세비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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